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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도시락을 받으려는 독거노인 등이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하남의 벧엘나눔공동체 건물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7시, 경기도 하남시 하남대로의 한 골목길. 낡은 상가건물 1층에 빛바랜 글씨로 ‘벧엘나눔공동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앞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급식 번호표를 받으려고 줄을 서 있었다. 이곳을 찾는 노인들은 평균 75세. 독거노인을 비롯해 장애인, 노숙자,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생활비 마련이 여의치 않아서 하루 한끼 식사도 어려운 분들입니다.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무료급식소 벧엘나눔공동체 대표 강정자(63) 목사의 설명이다.

강 목사는 2004년부터 18년 동안 무료급식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에 네 차례다. 그동안 식판에 음식을 담아 식사를 제공했다가 지난 2월부터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 매일 평균 80명 정도가 이 곳에서 ‘사랑의 한끼’를 얻어가고 있다.

오전 10시 30분. 얼마 전 심장 수술을 한 강 목사는 다소 불편한 몸으로 한 사람 한 사람씩 도시락을 건네줬다. 어르신들과 눈을 맞추고 밝게 웃으면서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벧엘나눔공동체 대표 강정자(왼쪽) 목사가 무료 급식소를 찾은 한 방문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 목사는 “어르신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게 좋아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사역의 열매’에 대해 떠올리던 그는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성과보다는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이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이 더 값진 열매 같다”고 털어놨다.

“대부분 힘들고 거친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다보니 자주 다투세요. 그런데 ‘쌈닭’이었던 분들이 몇 년 동안 따뜻한 식사를 대접 받으면서 부드럽게 변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그들은 나중에 급식소 봉사자로 나서서 식자재를 옮기거나, 직접 양파나 마늘을 다듬어주기도 한다. 명절엔 이웃들과 나눌 송편을 빚기도 한다. 그런 이들이 20명 가까이 있다고 강 목사는 귀띔했다.

하지만 올 초, 강 목사의 섬김 사역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지난 2월 건물 주인으로부터 급식소 공간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강 목사는 부랴부랴 급식소 이전 장소를 찾아나섰다. 멀지 않은 곳에 적합한 곳을 찾아 서둘러 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보증금이 3000만원으로 지금의 급식소(1000만원)보다 3배나 높았다. 하남의 구도심 지역 대부분이 재개발 지역으로 묶이면서 보증금이 평균 3~5배까지 치솟은 탓이었다. 또 급식소를 이전하면 그에 맞게 설비를 갖추고 수리하는데도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집을 팔고 퇴직금을 써가며 사역을 이어가고 있는 그로서는 난감하고 답답한 상황이다.

벧엘나눔공동체 강정자 목사가 지난 9일 도시락 용기에 반찬을 담고 있다.

벧엘나눔공동체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통상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은 사업장이 99㎡(30평) 이상어야 하고, 식기세척기 등의 구비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강 목사의 무료급식소는 이 기준을 맞추기 힘들 정도로 열악하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어르신들은 도시락을 받으러 오면서 강 목사에게 5만원, 10만원씩 건넨다. 대부분 폐지를 줍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게 모은 돈이다. 어떻게해서든 무료급식소가 문닫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급식소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자원봉사자가 줄었다. 도시락으로 식사를 제공하다 보니 일회용기 비용은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더 들어갔다. 그래도 강 목사는 이 사역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어르신에겐 여기 도시락이 마지막 식사가 되거든요.” 사랑의 도시락이 멈추면 안 될 이유가 담긴 호소다.

하남=글.사진 서은정 인턴기자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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